처음의 그녀는 백목련 같았다.
색으로 비유하면 흰색.
아주 순수하고 맑은 친구였다.
순간은 소나기 같은 감정도,
때로는 안개 같은 감정도,
남겨진 미명의 시간의 뒤로,
나의 하늘은 황혼의 길로 이어졌었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 그네가 얼어붙은 채
혼자 앉아있는 기분.
세상은 바삐 흘러가는데 내 숨만 하얗게 떠오르고
나만 동떨어진 기분.
부유(浮遊).
다시 만난 우리는 같은 계절을 살고 있었다.
같은 추위를 느끼고 같은 공허를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이야기는 하지 않은 채 다시 멀어졌고
서로의 자리로 돌아가 또다시 아파하며 슬픈 시간들을 보냈다.
각자의 자리에서 아픔을 건너온 끝에,
서로의 겨울을 공유하며 천천히
서로를 향해 한 발 더 다가갔다.
지금은 나의 곁에서 개나리꽃이 되어 버린 그녀.
또다시 봄이 되어버린 그녀.
나의 마음에도 봄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