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0 우리의 시간의 흐름은 다르게 흐른다.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은 계절이 바뀌기도 전에 피고 지는 꽃보다도 짧았던 시간. 그 짧은 만남 속에서 그녀를 향한 감정의 밀도를 다 채우고 다음을 향해 떠날 준비를 최대한 담백하게 흐르고 있다. 나에게 그녀는 단순한 연인이 아니었다.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모든 시간의 궤적 속에 그녀가 있었다. 내 인생의 첫 페이지에 새겨진 이름이자, 마지막 페이지를 함께 장식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마침표. 그녀의 발걸음으로 문밖을 나설 때, 나는 나의 세계 전체를 함께 떠나보냈었다. 우리의 연애의 기간이 아닌 나의 사랑했던 시간들을 보냈었다. 후회들이 너무 많았었다. "지금은 내가 누군 갈 만날 상황이 아니다" 그 말을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걸. '나는 지금 마음이 온전하지 못해. 그러니 너도 알다시피 나는 너에게 가.. 2026. 6. 13. 바램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만이 다른 이의 아픔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그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바라며 숨을 참고 있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뜻이라고. 그런데 이 문장은 나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할미는… 네가 아파서, 마음이 아파.” 할머니의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던 날,나를 보자마자 할머니가 처음 하신 말씀은“니 누구고?”였다.“할머니, 저 덕규예요.”라고 하자, 그제야 눈물을 보이시며“아이고… 우리 덕규 왔나…”라고 하셨다.할머니의 울음에 큰 이모도 함께 우시며“다른 손주들은 아무도 못 알아보면 덕규는 알아보네…”라고 말하셨다.밥은 먹었는지 오는 데 힘들진 않았는지…평소와 다를 것 없는 대화들을 잠깐 .. 2026. 5. 28. 다 나은 마음으로 다시 너를 그리다 우울이 걷히고 난 자리에 나의 단골이자 가장 나와 오래 했었던 외로움이라는 투숙객이 다시 왔다. 아픔을 딛고 일어섰더니 네가 다시 올 줄이야. 그래서일까. 그리움이 너무 커졌다. '외로움은 나의 업이오' 이 글에 너무 나도 마음 아파하며 영원히 내 곁에 있어주겠다던 사람, 어떤 힘듦이 오더라도 자신이 방패가 되어 다 막아주겠다던 사람, 이제는 아파하지 말고 자신이 주는 마음을 받고 행복해지라던 사람, 세상의 끝에서라도 내 편이 되어주겠다던 사람. 함께 밥을 먹고, 별것 아닌 이야기로 웃고, 잠들기 전까지 함께 하며 나의 일상이었던 사람. 아침에 같은 식탁에 앉고, 계절이 바뀌는 걸 함께 보고, 서로의 피곤함을 알아채며 “오늘은 내가 설거지할게” 같은 말을 나누는 삶. 그런 삶을 이루고 싶었다. 아이러니.. 2026. 5. 28. 세 번째 편지 지나고 보니 내 마음속에는 분노가 있었다.너희가 배신한 우리에게 그날의 선택을 후회하도록 만들기 위해 다시 잘 살려고 했었다.나의 삶의 목적엔 내가 아닌 타인들이 있었다.복수가 있었다.그리고 그 분노는 나의 사랑에게도 해를 끼쳤다.이해보단 다툼을,서운함을 짜증으로,맞춰나가자는 마음은 통제적인 언어로.사랑하는 사람을 소중히 대하기도 부족한 마음인데 그런 마음을 왜 키웠나 싶다. 내 마음속에는 늘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다.곁에 찾아온 사랑을 언젠간 떠날 사람으로 치부하며 불안해하며,그럼에도 상대가 너였기에 작은 희망을 안고 다가갔었다.그 다가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어린아이 같았다.사랑을 주기보다 확인받고 싶어 했었고,나를 이해해 달라는 말만 반복했었고,나의 사랑은 투정일 뿐이었고,사랑한다는 나의 태도는 기대는 .. 2026. 5. 22. 늦게 도착한 이해 '이해(理解)'라는 말에는 사리를 분별해 해석한다는 뜻이 있다.깨달아 알고, 잘 받아들인다는 의미도 함께. 그런데 동음이의어인 '이해(貽害)'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다는 뜻이다.같은 발음인데 전혀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이 오간다.그 수많은 입장들이 어긋날 때 이해는 때로 해가 되기도 한다.그래서인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말하는 ‘이해’라는 건 사실 받아들이는 기술 같은 게 아니었다. “네 편이 되어줄게.” 이 마음만으로도 관계가 부드러워지는 순간이 있다.말보다 먼저 닿는 마음 그게 이해의 시작일지도 모른다.완전히 헤아리지 못해도 알지 못해도 말없이 건네주는 문장이 있다. “너의 마음은 그랬구나.” 나는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10년쯤 된 마음.. 2026. 5. 22. 나의 가슴이 채우고 있는 것 주말이라 그렇다고 치자.날이 너무 좋아서 그렇다고 치자.응원하는 야구팀이 져서 그렇다고 치자.전에 같이 보았던 음식점이 네가 좋아하는 야구팀이 홍보하는 걸 보아서 그렇다고 치자.너와 함께 보았던 바닥에 파여있는 하트 모양이 옛날에 네가 나에게 장난으로 붙인 하트와 모양이 똑같아서 그렇다고 치자.운동할 때마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자꾸 확인하게 돼서 그렇다고 치자.듣고 있는 노래가 내 노래 같아서 그렇다고 치자.술을 마셔서 그렇다고 치자.웃는 너의 얼굴이 떠올라서 그렇다고 치자.그날 품었던 마음의 한 방울이 떠올라서 그렇다고 치자.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이 먹먹하다... 아팠다.아무리 쓸어내려도 내려가지 않는다. 그 어떠한 이유들을 붙여도 오늘 너에게 연락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아무리 쓸어내려도 내려가지 않는 .. 2026. 5. 3.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