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초반의 분홍빛 착시가 걷히는 데까지 내게는 62일이 걸렸다.
이제야 세상이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친한 형에게 물었었다.
"어떤 게 성숙한 연애인 걸까?
좋아하고 더 좋아질수록 서운함이 올라오더라고.
어떤 게 상대를 이해하는 거고 받아들이는 걸까?"
형의 대답은,
"연애는 유치해야 되지 않을까.
연애는, 설레고 즐겁고 재미있다가 그래서 그만큼 실망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때로는 화도 나는 것.
그렇게 내가 알고 있던 나의 기분들과 내가 지금껏 느껴 보지 못한 감정들까지 겪게 되는 것.
이게 연애라고 한다면, 성숙하다면 그런 기분과 감정을 이미 알고 있었겠지.
나에게도 이런 '처음'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게 연애니까, 연애는 조금 유치해도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좋아할수록 서운함이 크다는 것도 연애를 잘하고 있다는 거겠지?"
그리고 전혀 다른 두 세계가 부딪쳐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기에 그 충돌에선 당연히 충격과 파편이 생기기 마련이며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본연의 나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 앞의 시간들은 어쩌면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누군갈 좋아해 보는 시작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연애는 누군가를 알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나를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내 안에 숨어 있던 불안도, 서운함도, 기대도 하나씩 얼굴을 내밀었다.
그 감정들을 보며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서툰 사람이었고
또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 앞에서는 생각보다 어린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본연의 나로 돌아오니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성숙한 연애라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까지의 다툼은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며 서로를 알아가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같은 편이 되는 방식으로 사랑해 보고 싶다.
서로를 이기려 하기보다 같은 편이 되는 방식으로.
그렇게 두 사람이 조금씩 닮아 가는 방향으로.
이것이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나의 연애 마음가짐이었다.